Full transcript
0:00더 놀아도 괜찮습니다. 갑자기 제가
0:03이런 말을 건낸다면 매사에 진지하게
0:05살아온 당신은 조금 당황하실지도
0:08모르겠습니다. 세상은 언제나 우리에게
0:11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효율적으로 가장
0:14짧은 길로 나아가라고 제촉해
0:16왔습니다. 오늘까지 일을 악물고 한
0:19눈 한번 팔지 않은 채 묵묵히 애써온
0:22당신은 아마 지금쯤 지칠 대로 지쳐
0:25있지 않으십니까? 밤하늘에 떠 있는
0:27단 하나의 별만을 필사적으로
0:29바라본다면 어떻게 될까요? 한 곳을
0:32너무 뚫어지게 바라보는 동안 당신의
0:35시야은 점점 좁아지고 주변의 풍경은
0:38캄캄한 어둠 속으로 가라앉아
0:40버립니다. 바로 곁에 은하수가
0:42아름답게 흐르고 발밑에는 달빛이
0:45은은하게 길을 비추고 있는데도 당신은
0:48그 존재를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게
0:50됩니다. 노는 것을 잊고 목적
0:53하나만을 꽉 움켜지고 사는 것은 바로
0:56이와 같습니다. 그리고 결국 더 먼
0:58길을 돌아가게 됩니다. 그래서 가끔은
1:01길을 벗어나 아무렇게나 노는 것에도
1:04분명한 가치가 있습니다. 목적을 잠시
1:06잊고 바람 냄새를 맡으며 길 위에
1:09풍경을 즐기는 순간 좁아져 있던
1:11시야가 문득 사방으로 활짝 열립니다.
1:14그리고 더는 애써 찾지 않아도 당신을
1:17앞으로 데려다 줄 흐름이 이미 발밑에
1:20있었다는 것을 조용히 깨닫게 됩니다.
1:22여기서 먼저 분명히 해두겠습니다.
1:25하루 18시간을 실험실에서 보내며
1:28잠자는 시간조차 아까워했습니다.
1:31그런 제가 오늘 당신께 놀라고
1:33말씀드리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.
1:36그렇게 일에만 매달렸던 제 인생에서
1:38가장 중요한 영감들은 이상하게도 제가
1:41무언가를 붙잡으려 애쓰던 순간이
1:43아니라 아무 목적 없이 놀던 순간에
1:46찾아왔기 때문입니다. 오늘은 왜 목적
1:49없는 돌아가는 길이 오히려 당신을
1:51원하는 곳으로 더 빨리 데려다 주는지
1:54당신은 결코 자기 욕심을 채우려고만
1:57조급해했던 것이 아닐 것입니다.
1:59누군가의 기대에 부흥하려고 곁에 있는
2:02소중한 사람들을 지키려고이 시끄러운
2:05세상에서 맡은 책임을 다하려고 절대
2:08실수해서는 안 된다며 스스로를
2:11채찍질해 왔을 것입니다. 그 진지함,
2:14도망치지 않고 버텨온 그 조용한
2:16강인남은 결코 나쁜 것이 아닙니다.
2:20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당신은 충분히
2:23훌륭하게 살아오셨습니다.
2:25다만 그 아름답고도 지나치게 강한
2:27책임감이 때로는 당신 안에서 여유라는
2:30공간을 모조리 갉아먹어 버린다는
2:33것만은 알아두셔야 합니다. 한 분의
2:36이야기를 들려 드리겠습니다. 동수
2:38씨는 올해 예순녀입니다.
2:4030회 동안 서울에서 택시를
2:42몰았습니다. 그는이 도시의 모든
2:44지름길을 손바닥 보듯 알고
2:46있었습니다. 손님을 한 명이라도 더
2:49태우려면 1분일 초가 아까웠으니까요.
2:52그렇게 삼남매를 키웠고 대학까지
2:55보냈습니다.
2:56작년에 핸들을 놓고 은퇴한 뒤에도
2:59동수 씨는 여전히 가장 빠른 길로만
3:01다녔습니다.
3:03시장에 갈 때도 병원에 갈 때도 늘
3:06계산한 대로 가장 짧은 길을
3:08골랐습니다. 1년이 마치 한 달처럼
3:11지나가 버린 것 같았습니다. 30회
3:14동안 가장 빠른 길만 달려온 사람이
3:17이제는 인생마저 빨리 지나가고 있다는
3:20것을 처음으로 깨달은 밤이었습니다.
3:23그렇다면 왜 이렇게 애쓸수록 더
3:25무거워지는 걸까요? 강물에 갑자기
3:28빠졌을 때를 떠올려 보십시오. 사람은
3:31겁에 질려 저쪽 간기 슬그로 빨리
3:33헤엄쳐 가야 한다는 목적 하나만
3:35붙잡고 허우적거리기 시작합니다. 빨리
3:38결과를 내야 한다는 조바심이 근육을
3:41굳게 만들고 숨을 얕고 가쁘게 만들어
3:44사람이 본래 지니고 있던 자연스러운
3:46부력을 빼앗아 버리는 것입니다.
3:49목적지만을 의식하며 힘으로만
3:51나아가려는 지금의 당신이 바로이 강물
3:54속에서 허우적거리는 모습과 닮아
3:56있습니다.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
3:58가라앉지 않을 수 있을까요?
4:00답은 놀랄만큼 단순합니다.
4:03허우적거리기를 멈추고 하늘을
4:05올려다보며 그저 물 위에 몸을 맡기는
4:08것입니다. 온몸에 힘이 빠지는 순간
4:11몸은 저절로 수면 위로 떠오릅니다.
4:14그러면 필사적으로 팔을 휘졌지 않아도
4:16강물의 흐름이 가장 안전한 기술구로
4:19당신을 데려다 줍니다. 그리고 물
4:22위에 떠오른 당신께 한 가지를 더
4:25권하고 싶습니다. 스스로 기꺼이 길을
4:28벗어나 보는 적극적인 놀이입니다.
4:30여기서 꼭 구분하셔야 할 것이
4:32있습니다. 힘을 빼고 쉬는 것과 노는
4:35것은 조금 다릅니다. 쉬는 것은
4:38멈추는 것이지만 노는 것은 움직이는
4:42것입니다. 예를 들면 이런 것입니다.
4:45늘 다니던 길을 서둘러 걷다가 한
4:48번도 들어가 본 적 없는 낯선
4:50골목으로 괜히 꺾어 들어가 보는 것.
4:53예전 같으면 눈길도 주지 않았을 꽃집
4:55앞에 멈춰서 이름모를 꽃 한송이를
4:58가만히 들여다보는 것. 약속 시간보다
5:01일부러 일찍 나가 공원 벤치에 앉아
5:04하늘빛이 조금씩 바뀌어 가는 것을
5:06그저 바라보는 것. 아무 쓸모도
5:09없다며 예전에 당신이라면 틀림없이
5:12잘라버렸을 비요일적인 선택을 장난을
5:15떠올린 아이처럼씩 웃으며 한번 해보는
5:18것입니다.
5:20효율이라는 두꺼운 필터를 통해
5:22바라보던 세상은 어느새 빗발엔 흑백
5:25사진처럼 되어 있었을 것입니다.
5:27소리조차 멍먹하게 들리는 무미건조한
5:29곳이 되어 있었을 것입니다. 그런데
5:32쓸모없는 모퉁이를 하나 도는 그 순간
5:35가슴 깊은 곳으로 새롭고 서늘한
5:37공기가 흘러 들어오고 발바닥에 땅의
5:40감촉이 또렷하게 전해집니다. 멀리서
5:42우는 새 소리, 바람에 흔들리는
5:45나뭇잎 소리가 갑자기 입체적으로 귀에
5:47닿기 시작합니다. 그리고 여기에는
5:50동수 씨가 느꼈던 그 이상한 감각의
5:53비밀도 숨어 있습니다. 나이가 들수록
5:56시간이 왜 이렇게 빨리 흐르는지
5:58한번쯤 생각해 보셨을 것입니다.
6:01심리학자들은 그 이유를 이렇게
6:03설명합니다. 우리의 뇌는 새롭고 낯선
6:06경험을 할 때마다 밭셀 꼼꼼히
6:09기록합니다. 그런데 매일 같은 길을
6:11걷고 같은 일을 하고 같은 풍경만
6:14보면 뇌는 더 이상 새로 기록할 것이
6:17없습니다. 반대로 낯선 곳으로 여행을
6:19다녀오면 겨우 며칠이었는데도 돌아보면
6:23몇 주는 지난 것처럼 길게
6:24느껴집니다. 영국의 한 심리학
6:27저술가는 이것을 휴가의 역설이라고
6:29불렀습니다. 그러니 낯선 골목으로
6:32들어서는 작은 놀이는 단순한 기분
6:34전환이 아닙니다. 너무 빨리 흘러가
6:37버리는 당신의 인생을 다시 천천히
6:39넉넉하게 늘려주는 일입니다. 그렇다고
6:42거창한 여행을 떠나실 필요는
6:44없습니다. 둘째, 시장이나 마트에서
6:47한 번도 사 본 적 없는 반찬이나
6:49과일을 하나 골라보는 것입니다.
6:52셋째, 젊은 시절 즐겨듣던 노래 한
6:54곡을 틀어 놓고 아무데도 가지 않고
6:57그저 동네를 한 바퀴 걷는 것입니다.
7:00돈도 들지 않고 누구에게 설명할
7:03필요도 없는 일들입니다. 하지만 이런
7:05작은 낮 하나하나가 당신의 뇌의
7:08새로운 장면을 새기고 그렇게 쌓인
7:10장면들이 올해를 작년보다 훨씬 길고
7:13풍성한 한해로 기억되게 해 줄
7:15것입니다. 저는 크로아티아의 작은
7:17산골 마을에서 자랐습니다. 어릴적
7:20저는 틈만 나면 개울가에 나가
7:22놀았습니다. 한 번은 나뭇가지와
7:25널반지로 물래방화를 만들어 보았는데
7:27날개를 달제주가 없어서 그저 둥근
7:30판자 하나를 막대에 꽂자 물에 담가
7:33보았습니다. 그런데 놀랍게도 날개
7:36하나 없는 그 매끈한 판이 물살에
7:38빙글빙글 돌아가는 것이었습니다. 저는
7:41너무 신기해서 해가 질 때까지 그것만
7:44바라보았습니다.
7:45또 어른들이 보기엔 쓸모 없는 아이의
7:48장난이었습니다.
7:50그런데 그로부터 수십년이지나 저는
7:52날개가 전혀 없는 원판만으로 돌아가는
7:55새로운 터빈을 발명했습니다.
7:58개울가에서 해질력까지 바라보던 그
8:00매끈한 판자가 반백년 뒤 제 가장
8:04독창적인 발명 가운데 하나가 된
8:05것입니다. 저는 지금도 확신합니다.
8:09제 중요한 발명의 씨앗 가운데 몇
8:11개는 계산이 아니라 놀이 속에서
8:13뿌려졌다는 것을 말입니다. 하지만
8:16일부러 목적없는 행동을 고른다는 것
8:19바로 그것이 당신을 둘러싸고 있던
8:22효율이라는 단단한 철창을 안쪽에서부터
8:24부수는 가장 강력한 방법입니다.
8:27쓸모없는 돌아가는 길을 순수하게
8:29즐기는 순간 빨리 결과를 내지 않으면
8:32안 된다는 괴로운 조바심은 힘을
8:34잃습니다. 그 대신 지금 여기 있는
8:37것을 그저 은미하는 부드러운 마음이
8:39자리를 잡습니다. 그때 한없이 좁아져
8:42있던 당신의 시야은 넓은 파노라마처럼
8:45펼쳐지고 가장 짧은 길만 노려보던
8:48때에는 결코 보이지 않던 이것이 그저
8:52듣기 좋은 말이라고 생각하신다면
8:54흥미로운 실험 하나를 소개해
8:56드리겠습니다.
8:58영국의 한 심리학자는 오랫동안 운이
9:01좋은 사람과 운이 나쁜 사람의 차이를
9:03연구했습니다.
9:05그는 스스로 운이 좋다고 여기는
9:07사람들을, 운이 나쁘다고 여기는
9:09사람들을 모아 신문 한부를 나누어
9:12주고 그 안에 사진이 몇 장 실려
9:15있는지 세워 보라고 했습니다. 운이
9:17좋다고 여기는 사람들은 대부분 몇 초
9:20만에 그 글씨를 발견하고 웃으며
9:22새기를 멈추었습니다. 그런데 운이
9:25나쁘다고 여기는 사람들은 그 커다란
9:28글씨를 그냥 지나친 채 끝까지 한
9:31장한 장 사진을 세고 있었습니다.
9:33그들의 눈이 나빴던 것이 아닙니다.
9:36과제를 잘 해내야 한다는 긴장감
9:38때문에 사진이라는 목표에만 시선이
9:41꽂혀 바로 눈앞에 놓인 답을 보지
9:43못한 것입니다. 단 하나의 별만
9:46노려보던 사람이 은하수를 보지 못했던
9:49것과 꼭 같은 이야기입니다.
9:51부끄럽지만 저 역시 단 하나의 별만을
9:54노려보다 모든 것을 놓친 적이
9:57있습니다.
9:58넘긴 무렵 저는 뉴욕 롱아일랜드의
10:01한적한 들판에 거대한 탑을 세우기
10:03시작했습니다.
10:05전선 없이 전 세계의 정보와 전기를
10:08보내겠다는 제 평생의 꿈이 담긴
10:10탑이었습니다.
10:12하지만 저는 귀를 닫았습니다. 제
10:14눈에는 오직 그 탑만 보였습니다.
10:17결국 자금은 끊겼고 탑은 완성되지
10:20못한 채 녹쓸러 갔으며 훗날 빚을
10:23갚기 위해 고철로 헐리고 말았습니다.
10:27그 탑이 무너져 내리던 해 저는
10:30뉴욕의 호텔 방에서 조용히 창밖을
10:32바라보며 생각했습니다. 따뜻한 차
10:35한잔을 앞에 두고 그 온기를 천천히
10:38은미하며 창밖을 흘러가는 구름의
10:41모양을 눈으로 쫓아보십시오. 그때
10:43당신의 마음에서는 긴장이 풀리고 지금
10:47여기 있는 것을 즐기는 순하고
10:48부드러운 기운이 흘러나옵니다. 저는
10:51평생 안테나를 연구했습니다. 좋은
10:54안테나는 딱딱하게 굳어 있는 것이
10:56아니라 넓게 열려 있으면서도 섬세하게
10:59떨릴 줄 아는 것입니다. 그 부드러운
11:02상태가 되면 지금까지 무시하며
11:04지나쳐온 풍경이 얼마나 다체롭고
11:07기쁨으로 가득했는지가 선명하게 보이기
11:10시작합니다.
11:12길가에서 우연히 들려오는 누군가의
11:14웃음소리, 비겐 뒤 피어오르는
11:16흙냄새, 목적과는 아무 상관없는이
11:20소소한 돌아가는 길 속에 삶은 당신을
11:23다음 단계로 데려갈 힌트를 여러 개
11:25숨겨두고 있습니다. 일주일에 한 번은
11:28가장 빠른 길이 아니라 한 번도
11:30가보지 않은 길로 가보자. 처음에는
11:33영어색했습니다.
11:35머릿속에서는 30회 동안 몸에 벤
11:37내비게이션이 계속 이쪽이 더 빠르다고
11:40속삭였습니다.
11:42그래도 동수 씨는 시장 가는 길에 그
11:44속삭임을 무시하고 늘 지나치기만 하던
11:47오래된 골목 하나로 천천히 걸어
11:50들어갔습니다.
11:52이렇게 효율이라는 무거운 갑옷을
11:54조금씩 벗고 목적 없이 돌아가는
11:56놀이를 일상에 허락하기 시작하면
11:59당신의 삶에는 오랫동안 얼어 있던
12:01얼음이 본뼈에 녹듯 조용하고도 분명한
12:04변화가 찾아옵니다. 당신을 좁게
12:07가두고 있던 보이지 않는 철창이 한
12:09가닥씩 소리 없이 풀려 나가는 그
12:11과정을 지금부터 함께 살펴보겠습니다.
12:15첫 번째 변화는 때로 목적지를
12:17잊어버릴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.
12:20세상에서 뒤쳐진다는 뜻이었고 그래서
12:23스스로를 몰아세웠을 것입니다. 아침에
12:26눈을 뜨는 순간부터 밤에 눈을 감을
12:29때까지 오늘 안에 이걸 끝내야 한다.
12:32몇 시까지는 저기가 있어야 한다며
12:34머릿속에 두꺼운 시간표를 펼쳐두고
12:37조금이라도 늦어지면 가슴이 두근거리는
12:40초조함을 느끼며 살았을 것입니다.
12:43그런데 돌아가는 길을 즐기기 시작한
12:45당신의 마음에는 지금까지 맛본 적
12:48없는 고요가 찾아옵니다. 그리고
12:50놀랍게도 그 순간 당신의 마음에는
12:54좁아심도 두려움도 없습니다. 좋은
12:57양지에 앉아 부드러운 바람에 감싸여
13:00있는듯한 편안함만이 있습니다. 저기에
13:04가지 않으면 지금의 나는 가치가
13:06없다는 결핍의 생각이 마침내
13:09부서졌다는 증거입니다. 지금 여기서
13:12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나는 이미
13:15충분하다는 본래의 상태로 돌아온
13:17것입니다. 목적지를 잇는 것은 길을
13:20잃는 것이 아닙니다. 목적지를 잊어도
13:23된다는 것은 꼭 지켜야 할 약속까지
13:26내려놓으라는 뜻이 아닙니다. 약을
13:28챙겨 먹는 시간, 병원 예약, 가족과
13:31한 소중한 약속은 그대로 지키십시오.
13:35그것들은 당신을 올가매는 철창이
13:37아니라 당신이 마음껏 놀 수 있도록
13:39받쳐주는 튼튼한 땅입니다. 내려놓아야
13:42할 것은 그런 약속이 아니라
13:45하루하루를 성적표처럼 채점하던 조급한
13:47마음, 오늘 무언가를 이루지 못하면
13:50헛산 것 같은 그 불안입니다. 목적만
13:53노려보던 시절, 목적지까지 가는 길
13:56위에 모든 것은 빨리 지나쳐야 할
13:58장애물이거나 의미없는 배경에 불과했을
14:01것입니다. 길을 걸어도 당신의 눈은
14:05시계 바늘과 앞서 걷는 사람의 등만
14:07보고 있었습니다. 그런데 놀이 마음을
14:10되찾은 당신의 눈에는 세상이 어제와는
14:13전혀 다른 선명한 색으로 들어오기
14:15시작합니다. 바람에 스치는 남은잎
14:18소리가 오직 당신만을 위해 연주되는
14:21음악처럼 들리기 시작합니다. 이것은
14:24멀리 특별한 곳으로 여행을 떠나야만
14:26얻을 수 있는 감동이 아닙니다.
14:28당신이 매일 걷는 평범한 길가에
14:31처음부터 조용히 준비되어 있던
14:33선물입니다. 다만 목적이라는 우리
14:36안에서 밖을 노려보고 있었기에 내내
14:39지나쳤을 뿐입니다. 돌아가는 길을
14:42즐기는 당신은 더 이상 풍경을 스쳐
14:44지나가기만 하는 고독한 나그네가
14:47아닙니다. 세 번째 변화는 예정에
14:50없던 우연한 발견과 만남이 눈에 띄게
14:53늘어난다는 것입니다. 빈틈없이 촘촘한
14:56일정표를 짜고 모든 시간을 완벽하게
14:58통제하려 할 때 안타깝게도 당신의
15:02삶에서는 우연이라는 선물이 들어올
15:04자리가 사라져 버립니다. 삶은 우리가
15:06조금의 빈틈도 없이 스스로 모든 것을
15:09계획하고 있을 때는 함부로 끼어들지
15:12않습니다. 그저 조용히 우리가 혼자
15:15애쓰는 모습을 지켜볼 뿐입니다.
15:17평소와 다른 가게에 들어갔다가
15:19옆자리에서 들려온 무심한 대화가 몇
15:22달 동안 고민하던 문제의 해답이
15:24되기도 하고 목적 없이 서점을 거일다
15:27손에 잡힌 책 한 권이 남은 인생의
15:29낮침반이 되기도 합니다. 동수
15:32씨에게도 바로 그런 일이
15:33일어났습니다.
15:35그 낯선 골목을 몇 주째 드나들던
15:37어느 날 동수 씨는 골목 끝에서
15:40빗빠른 삼색 회전 간판 하나를
15:42발견했습니다.
15:4440년 전 강원도 산골부대에서 같은
15:47내무반을 쓰던 전 제대하고 연락이
15:49끊긴 뒤 한 번도 소식을 듣지 못했던
15:52바로 그 친구였습니다. 두 사람은
15:55한참 동안 서로를 바라보다가 동시에
15:58큰 소리로 웃음을 터트렸습니다.
16:0030회 동안 같은 동네에 살면서
16:03택시로 수천 번은 그 골목 큰길을
16:05지나다녔으면서 한 번도 마주치지
16:08못했던 것입니다.네 네 번째 변화는
16:11서두르지 않는데도 일이 믿기
16:13어려울만큼 순조롭게 풀리기 시작한다는
16:16것입니다. 지금까지 당신은 빨리
16:19결과를 내려고 날마다 애를 썼을
16:21것입니다.이를
16:23악물고 보이지 않는 무거운 벽을
16:25밀어도 아주 조금밖에 움직이지 않는
16:28현실 앞에서 왜 이렇게까지 해도
16:31뜻대로 되지 않느냐고 홀로 속을 끓린
16:33밤이 수없이 많았을 것입니다. 그런데
16:37돌아가는 길을 배우고 어깨에 힘을 뺀
16:40당신은 그 무거운 벽을 혼자 밀기를
16:43멈추었습니다. 물살을 거슬러
16:45필사적으로 헤엄치던 것을 멈추고 물
16:48위에 가만히 떠올라 하늘의 구름을
16:51바라보고 있습니다. 그러면 어떻게
16:53될까요? 조바심이라는 무게가 떨어져
16:56나간 순간 당신을 실은 강물은 본래의
16:59커다란 흐름을 되찾아 당신을 가장
17:02알맞은 곳으로 매끄럽게 데려가기
17:04시작합니다. 정신을 차려보면 예전에는
17:08아무리 발도듬해도 닿지 않던 곳에
17:11너무나 쉽게 와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
17:13됩니다. 몇 년을 꼬여 있던
17:15인간관계의 실타례가 단 한 번의
17:17편안한 미소로 스르륵 풀리기도 하고
17:20아무리 머리를 싸매도 나오지 않던
17:22답이 가벼운 산책길에서 불쑥
17:25떠오르기도 합니다. 내 힘으로
17:27밀어붙이려던 작은 힘을 내려놓았기에
17:30비로소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일입니다.
17:33밤하늘을 올려다 보십시오. 수많은
17:35별들이 수억년 동안 한치에 오차도
17:38없이 아름다운 궤도를 그리며 돌고
17:40있습니다. 그 별들이 어딘가 정해진
17:44목적지로 서둘러 가고 있을까요? 좀
17:46더 빨리 한 바퀴를 돌아야 한다며
17:49스스로를 제촉하고 있을까요? 돼지를
17:51적시며 흘러가는 강, 계절마다 옷을
17:54갈아입는 숲에 나무들이 무슨 이익을
17:57내려고 효율을 계산하고 있을까요?
18:00자연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그저 그
18:03자리에서 자신의 에너지를 순환시키는
18:05것 자체를 즐기고 있을 뿐입니다.
18:08생각해 보면 자연에는 곧든 직선이
18:11거의 없습니다. 강은 구비구비
18:14돌아흐르며 그 구비마다 주변의 땅을
18:17넉넉하게 적십니다. 당신이 일부러
18:20돌아가는 길을 고르고 놀기로 마음
18:22먹는 것은 게으른 사람이 되는 것이
18:24아닙니다. 사람이 만든 부자연스러운
18:27직선에서 빠져나와 강물과 별들이 추는
18:30커다란 춤 속으로 마침내 합류하는
18:33것입니다. 그리고 효율만을 쫓는 삶의
18:36밑바닥에는 한 가지 커다란 착각이
18:38숨어 있습니다. 지금의 고생을 참고
18:41견디면 언젠가는 반드시 행복해질
18:44것이라는 믿음입니다. 하지만 인생의
18:47시계에는 언젠가를 가리키는 바늘이
18:49없습니다. 그래서 지금이 순간을 즐길
18:52줄 모르는 사람은 아무리 훌륭한
18:54목적지에 다아도 그곳에서 다시 아직
18:57부족하다. 다음에는 저기로 가야
19:00한다며 새로운 짐을지고 또 달리기
19:03시작합니다. 그렇게 숨이 다할 때까지
19:06마음이 편해지는 날은 오지 않습니다.
19:09여기서 조용히 한 가지를 여쭈고
19:11싶습니다. 만약 당신이 누구보다
19:13효율적으로 한치에 낭비도 없이 인생에
19:17가장 빠른 길만을 달려갔다면 그 곧게
19:20뻗은 길 끝에 기다리고 있는 마지막
19:22목적지는
19:24젊은 시절 즐겨 부르던 노래 한 곡을
19:26떠올려 보십시오. 만약 노래의 가치가
19:29마지막 음만 있다면 가장 좋은 노래는
19:32첫소절도 후렴도 건너뛰고 마지막
19:35하음만 1초 동안 울리고 끝나는
19:37노래일 것입니다. 하지만 당신도 알고
19:40계십니다. 노래의 아름다움은 끝에
19:42있지 않습니다. 첫소절이 흘러나올
19:45때의 설렘 후렴에서 목청껏 따라부르던
19:48그 벅참 잠깐의 쉼표 뒤에 다시
19:50이어지던 가락 그 모든 과정 속에
19:54노래의 생명이 깃들어 있습니다.
19:56그리고 쓸데없는 돌아가는 길이라며
19:58잘라내려 했던 바로 그 시간들. 길을
20:01벗어나 웃고 놀라고 머뭇거리던 그
20:03순간들이 사실은 인생이라는 노래의
20:06가장 아름다운 소절이었습니다.
20:09동수 씨는 요즘 가끔 손주들을 데리고
20:11일부러 먼 길로 산책을 나갑니다.
20:14아이들이 할아버지이 길은 너무
20:17돌아가는 거 아니에요? 하고 물으면
20:19그는 웃으며 이렇게 대답한다고
20:21합니다. 할아버지는 30년 동안
20:23서울에서 제일 빠른 길로만 달렸단다.
20:26예전에는 저녁 식탁에서 늘 오늘
20:29어디가 막혔다. 몇 분을 손해 봤다는
20:32이야기뿐이었는데
20:33요즘은 오늘 어느 골목에서 무슨 꽃을
20:36보았는지 이발소 친구와 바둑을 몇 판
20:39두었는지를 신이 나서 이야기한다고
20:41합니다. 올해 첫달 그에는 동수 씨도
20:44알게 될 것입니다. 이번 한 해는
20:47결코 한 달처럼 짧지 않았다는 것을
20:49말입니다. 내일 아침 눈을 떴을 때
20:52천장을 바라보며 가장 먼저 떠올릴
20:55것은 오늘 해치워야 할 일의 목록이
20:57아니어도 괜찮습니다. 낯선 모퉁이를
21:01돌아도 좋고 아무 이유 없이 하늘을
21:03올려다 보아도 좋습니다. 조금
21:06비효율적이고 조금 엉뚱한 당신의 그
21:09발걸음을 세상은 반갑게 기다리고
21:12있습니다. 만약 내일부터이 넓은
21:15놀이터에서 돌아가는 길을 즐겨 보기로
21:17마음 먹으셨다면 댓글란에 이렇게 남겨
21:20주십시오. 오늘은 돌아서 갑니다.